생각/vietnam

영화상영

풍면 2021. 1. 17. 21:24

월남

 

 

영화 이야기.....

 

월남에 다녀 왔지만, 전투 직접 참여 기회가 없었기에

월남얘기 나오면 할말이 없다...

그래서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영화 스토리, 명장면, OST,,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영화상영 이야기,,,,

 

사단 직할대대의 통신관련 소대에서 근무를 했다.

일주일에 4일은 저녁마다 대대본부 작은 연병장에서 영화를 본다. 

미군에 공급되던 자막도 없는 외국영화인데, 가위질을 전혀 안한 혼모노 원본..

가끔은 국내 단성사나 피카디리 에서  영화를 다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장면이 삭제가 없다 보니 내용이 훨씬 노골적(?) 경우도 많다.

 

일단 그렇다 치고,,,,,,

소속된 소대가 통신소대 이다 보니 전선줄에 매달린 것들은  해야 한다.

그래서 사단사령부에서 배급하는 영화도 필름 수령해서 상영 까지

소대에서 담당을 했다. 이게 할일이 은근히 많다. 

오전10시쯤 영사병이 사단본부에 2~3km 걸어가서 그날의 필름을 수령해 온다.

점심식사  2시간의 오침시간이 지나면 수령한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 벽에 8절지 붙여 놓고 상영을  본다. 

필름 마끼() 중간에 끊어진 것들도 있고, 1회용 영화가 3마끼 정도 되니 순서도 잘못  경우가 있다. 

더구나 로얄객석에 대대장도 관람을 하는데 실수라도 나오면 본부중대장, 

선임하사 꼬질대 나간다는 말이있어서 조심 스럽다.

영사기도 전문적인 정비가 없이 혹사 하니 가끔 버벅거리기도 하고,,,,

이러한 작업들이 2-3 병사의 하루 일과로 충분 할정도로 일이 많다.

 

기존 영사병이 똑똑하게 잘해서 주변의 다른 동료들은 그저 오후 사무실에서 저녁에  영화 테스트 상영을 미리 보고 좋았는데, 

 영사병이 1 만기가 되어 귀국을 하게되니 선임하사, 중대장이 난리가 났다.

더블빽 들고 전입되는 사병중 영사기를 다룰수 있는 능력자를 찾을수가 없다.

당시 영사기가 16mm 이었는데, 

필름 로딩이 수동이고 다라라락 하면서 돌아가는 기어콘트롤이 잘못되면 화면이 주루룩 흐르고, 

토오키(사운드) 기능의 정렬이 잘못되면 소리가 안나오고, 

아뭏든 Ending 자막이 나올때 까지 관계자는 손바닥에 땀이 나는 시간이다.

특히 한대의 영사기로 3마끼의 필름을 중간에 끊지 않고연결해서 상영 하는 기술은 숙달이 필요한 고난도 손기술이 필요 했다.

 

새로 들어  영사병과 기존 영사병의 인수인계 기간은 일주일 정도,,,,

기존 영사병이야 룰루랄라 귀국하면 되지만, 무지하게 성실한 사람이라서 신임 영사병 걱정이 태산이다. 

알고 보니 신입영사병이 아무것도 모르는, 가평인가 청평인가 그쪽의 작은 극장에서 페인트  심부름 하던 친구란다. 

영사병 차출이라니 극장 영사실 구경은 했으니 무조건 손을 들었고 

선임하사는 얼씨구나 데리고  인사사고(?). 

거므티티 하고 뭉툭한 생김새 자체가 섬세한 기계를 다룰수 있는 관상이 우선 아니다.

 

그러니 소대원들의 관심이 오늘 저녁 영화는 무사히 돌아 갈수 있을까?? 

오후 리허설때도 영화내용 보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더욱 관심이 크다.

영사병이 신뢰를 잃으니 주변에 비전문적인 훈수도 엄청 많아져서 

오후되면 행정반 사무실이 소란하다.

 

조심 스럽게 영사기 설치하고 대대장 착석하면, 쫘르르르,,,,,,,,,

우리 소대원들도 같은 식구라  관심이 영사기에 집중하며 영화를 본다.

 

그러다가 사고 발생, 소리가 안나온다. 벙어리 영화,,,

대대장을 의식한 똥 씹은 중대장 얼굴과  더위에 얼어 붙은 선임하사의 표정.

대대장은 오히려 무덤덤 사병의 실수에 너그러운데

여기 저기 터지는 쫄다구들의 야유와 휘파람 소리,

영사병의 똥줄이 타는듯  표정에 우리 통신소대원 들은 질타 보다는 

방패가 되어 준다. 

" x,,,,지들이 소리 나오면 알아나 들어? "

 

그런 나날들, 그래도 영사병의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로 영화는 점점 순조롭게 

발전이 되었다. 아슬아슬 할때는 모기도 없더니, 모기의 극성이 느껴진다.

 

 

 

 

 

'생각 > vietn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국비행기  (0) 2021.02.10
배에서 특명( 월남 )  (0) 2021.02.02
월남  (0) 2021.01.14
월남일기 3 - 마무리  (0) 2016.12.11
월남일기 2  (0)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