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vietnam

낙엽을 태우면서

풍면 2014. 5. 16. 12:13

 

 

 

 

월남에 낙엽이 있을까?

당연히 없을듯 한데,,,,

 

제목 : "똥을 태우면서,,,"인데, 

제목으로는 적합치 않은듯 해서 낙엽으로 바꿨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 <낙엽>은 <똥>

 

그림으로 대충 그렸습니다만 화장실 치고는 희안 합니다.

외관은 그저 그런 변소인데 기능적으로는 

최상의 소독 시설을 갖춘 대단히 위생적인 화장실 입니다.

 

주월군 전체가 그런 방식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부대는 그랬습니다.

 

기상시간 6시면 일어나서 아침점호,,

난닝구 바람에 철모쓰고 집합을 합니다.

(철모는 필착 입니다. 처음에는 무게때문에 목이 아픈데,,,적응되면 쓸만 합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는 국내나 마찬가지로 하고요,,

그런다음, 군대가 으례 그렇듯이 안해도 될 청소를 여기저기 하지요,,,,,,

구역별로 삼삼오오 청소배치 하고 

노란 완장 단 중상사 일직사관이 

지휘봉 들고 인상쓰며 돌아 다니는것,,,똑 같습니다.

그러나 인상 써봤자 먹히지도 않지요. 그냥 동네 아는 형입니다. 

단, 매복이나 기타 훈련시에는  상하관계 확실 합니다.

 

구역배당 하는중 화장실 청소가 의외로 인기가 있더라구요.

처음 며칠은 이상하다,,,,,생각만 했지요.

 

며칠후 내가 지원을 하니, 처음이니 조수로 해 보라고 하던군요.

부대원들은 고참 쫄병 체계가 좀 느슨하면서 굉장히 친절 해요. 

전쟁터의 전우애 일수도 있겠고, 실탄이 개인별 실지급 되어 그럴수도 있겠지요.

 

월남고참 하나하고 둘이 화장실로 갑니다.

옛날의 푸세식 하고 비슷한 구조 인데,

뒷편 푸세식의 그 푸는쪽으로 갑디다. 따라갔지요.

가려 놓은 판자 들창을 열더니, 갈고리를 하나 줍니다.

그러더니 자기는 바로 옆에 가서 스페어 휘발유통을 가져 오데요.

 

너덧칸의 그 밀실(?) 칸칸마다 드럼통 반으로 자른 통이 놓여있더군요.

통안에는 낙엽(?)이 휴지하고 섞여 그득 합니다. 기분이 좀 드럽죠.

갈고리로 걸어 10여미터 후방으로 끌고 갑니다.

 

통들을 주욱 놓고 휘발유를 콸콸 ,,,,,, 흔한게 기름입니다.

신문지에 불을 붙여  통에  던져 넣으니,,,퍽하고 불이 붙습니다.

질퍽한 낙엽이 지글지글 끓다가 완전히 타버립니다.

 

다 타는데 20분정도? 그동안 옆에 앉아 휴식 입니다.

여기저기 빗자루질 하는 병사, 제초기 휘두루는 병사,,,

다들 바삐 청소중인데, 낙엽을 태우는 병사는 여유가 넘칩니다.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 있더군요.

 

문제는 기름과 섞여 타고 있는 그 낙엽 냄새가 조금 묘~합니다.

40년 이상 오래전의 그 냄새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후 어디서도 그 냄새를 맡아본 기억은 없네요. 

순수낙엽 냄새하고는 차원이 다른,,,

표현을 구태여 한다면 카센터화장실에서 담배피우는 냄새?

 

다타고 잔불이 바닥에서 펄럭이다가 꺼지고 나면,,,,,,

낙엽통 바닥이 거짓말 처럼 깨끗 합니다. 

불에 달군 쇠를 식힌 색갈,,, 대장간의 부엌칼 색이죠.

새로 산 가마솥 바닥 같아요.

 

좀더 식혔다가 원래 위치로 끌어다 놓으면  임무 끝~~~

그리고 주어지는 특권,,,,,,,,

그 깨끗한 바닥에 첫 낙엽을 떨어트리는거죠.

소리도 아주 경쾌 합니다.  

 

그리고는 손 탁탁 털고,,,밥먹으러 식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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