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vietnam

월남일기 1

풍면 2016. 12. 3. 21:42

월남일기 00

 

 

 

 

 

 

 

군생활의 일부를 월남파병으로 보냈다.

요즘 그래도 국가유공자(참전유공자) 자격으로

약간의 위로금을 받는다.

매월 20만원은 보훈처로부터 15일 입금.

5만원은 지자체 로부터 매월 25일,,,,,

 

 나이든 어르신에게 지급되는경우니 즐거워 할 일만은 아니지만

출출할때 간식꺼리가 생기는듯한 ,,,,

통장에 소리없이 입금된 숫자가 은근히 즐겁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고리짝에서 당시의 일기장을 끄집어 냈다.

유치한 문구들로 채워진 소위 병영일기다.

처음부터 써나간 일기도 아니고,

휴전협상이 거의 마무리되던 1973년1월 시작이다.

아마도 전쟁이 끝나고 귀국할날이 얼마 남지 않아

남들은 테레비네 카세트네,,,,귀국 박스를 채우는데

전투수당이라고 받은 딸라를 현지에서 탕진하고는

무언가를 남겨야 되지 않나 하는 의무감(?)에 시작한듯 하다.

 

 군대내 생활을 개인문서로 남기는 일은 군사보안법 위반이라

걸리면 제법 죄질이 매우 나쁜 범죄자로 영창행 일테지만,,,,

꼭 걸리란 법은 없다며, 용감하게 시작한 기록이다.

 

 물론 당시 근무하던 부대가 베트콩 잡으러 쟝글을 누비던 부대가 아니라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던 부대라 그런 시도가 가능 했을 것이다.

그대로 옮겨서 적기에는 지금 보면 너무 조악하여

내용은 그대로 하고, 모양은 컴팩트하고 보기 편하게

약간의 편집후 옮겨 적는다.

******************************

 

월남일기 01

 

하루가 지난다.

이래저래 날짜만 채우면 나간다는 병생활에

 

점점 나태해 지는듯 싶다.

 

이놈 저놈 대부분이 희망도 보람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모인곳이 병영인듯 하다.

 

 

 

제대를 한들,,,,,

 

기대되는 미래도 없고,

 

이루고저 하는 목표도 보이지 않는 한심한 군상들.

 

 

 

나를 포함, 이런 군상들이

 

세월이 가기만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73.1

 

 

 

월남일기 02

 

 

 

버릇이 없어졌다.

 

 

 

늘 하던 어떤 버릇이 없어진다는것은

 

궤도를 이탈 했다는 의미 아닌가?

 

즉 방황 하고 있다는 것 이겠지.

 

 

 

하루를 살고 그 하루의 일부라도 돌이켜 생각해 보고

 

그러면서 얻어 가는것이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월남이라면 고국과는 너무먼 이역만리다.

 

그리고 전쟁터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이 전선에 뛰어든 목적을 모르겠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이 크게 필요한것도 아니고,

 

반공을 모토로 싸우고저 하는 일념도 아니고,

 

 

 

외국땅 한번 밟아보고 싶었고,

 

지겨운 군생활에 자극적 변화가 필요 했던듯 하고,,,

 

목숨이 걸려있는 전선에 뛰어든 병사의 목적 치고는

 

어리석고 한심하다.

 

 

 

월남일기 03 / 73.1.25

 

 

 

휴전이다.

 

사태는 복잡한데로 엉망이 된체 그냥 끝났나보다.

 

실감도 안난다.

 

아직도 포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접전 소식도 계속이다.

 

 

 

밤하늘을 가르는 포탄의 소리가 계속 들린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터지는 소리,,,,

 

처음 왔을때는 저 소리들이 불안하고 공포이었는데

 

이제는 익숙해 졌는지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정도로 들린다.

 

 

 

어둑어둑 해지면 기승을 부리는 포소리에

 

이제는 보고싶은 고국의 사람들이 더 눈에 보인다.

 

지리적인f 거리, 기후 환경이 다른 먼곳이라서인지

 

아니면 전쟁터라서 인지,

 

보고싶은 사람들이 많다.

 

 

 

월남일기 04

 

 

 

병사가 휴전이 되니 더 바쁘다.

 

철수를 위한 일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

 

 

 

육체적 힘을 쏟지는 않지만

 

골치가 아프고, 하기도 싫다.

 

장비 목록, 선별, 패킹리스트,,,,,,,,

 

 

 

귀국날짜가 정해지니 자꾸 그날만 기다려진다.

 

월남에 있으나 고국에 가나,,국방부 시계는 마찬가지인데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기다린다.

 

 

 

나의 경우는 주변의 다른동료에 비해 월남에 온것도 가장 느린축에 든다.

 

병영생활 자체의 안락함(?)은 여기가 훨씬 편하다.

 

알남미 밥이지만 하얀 쌀밥에, 고깃국, 우유, 아이스크림,,,

 

맥주, 시레이션, 쥬스, , , 짬빵과 비교가 되나?

 

 

 

아침에 기상 하면 간단 청소, 밥,

 

일과시작, 오전근무, 밥, 오침, ,, 또 밥,

 

영화, 교대근무( 교환대 ), 샤워,

 

미제난닝구, 팬티 장글화,,,

 

경우에 따라 매복을 나가기도 하지만 난 열외이다.

 

 

 

고국군대에 비하면 엄청 편하다.

 

그런데도 가구싶다.

 

결국 고향과의 거리가 모든 장점을 잠식하는듯 하다.

 

 

 

물론 전쟁터의 긴장감은 언제나 존재 한다.

 

그리고 베트콩과 싸워야 하는 부대원들이 갖는 공포감은

 

피를 말리는 이상으로 고통스러울수도 있다.

 

 

 

월남일기 05

 

 

 

구정이다. 어릴때 손꼽아 기다리던 그 설날이다.

 

설날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설을 만났다.

 

세사에 무관심인지, 전쟁터라서 여유가 없었는지,

 

아니면 얼마남지 않은 철수의 설레임 때문인지

 

주변의 동료들 역시 설날에 관심이 없는듯 하다.

 

 

 

고국에서도 이럴까?

 

 

 

모든 여건을 떠나서 설을 보는 마음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듯 하다.

 

나이 한살 더 먹는 부담감이 생긴다.

 

어릴때는 한살 한살 올라가는 내가 대견스러웠는데

 

이제는 그게 싫은것이다.

 

시간은 빨리 가더라도 나이는 후퇴 했으면 좋겠다.

 

 

 

부모님을 생각한다. 바다와 만나는 철로를 따라 기차타고

 

계속 달리는 기분이다.

 

 

 

마침 귀국자가 있어서 급히 집에 편지를 썼다.

 

얼마 남지 않은 월남, 괜히 이거 저거 생각이 난다.

 

춘천역에서 태극기 펄럭이며 기차가 떠날때,

 

부산 3부두에서 뱃고동소리와 함께 멀어져 가던 육지,

 

스물네살 총각, 장가갈 나이?

 

좋은시절 군대서 다 보낸는듯한 상실감,,,,

 

 

 

옛날과 많이 달라진듯한 나를 느껴 본다.

 

 

 

월남일기 06

 

 

 

하루 하루가 정말 싫다.

 

아무 재미도 희망도 없이

 

하루가 갔다는데서만 즐거움을 느껴본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싫든 좋든, 현재의 나를 현재의 환경에 맞추어야겠지.

 

환경을 나에 맞도록 고칠수는 없겠지.

 

물병에 물을 부으면 병 모양에 맞게 물이 채워지는것 아닌가,,,,

 

 

 

월남일기 07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옷을 두벌이나 버렸다.

 

 

 

비가 오더라도,

 

철수를 위한,

 

즉 고국으로 가는 짐을 꾸리고 있다는것이 힘이 된다.

 

 

 

빨리 가고 싶다.

 

 

 

월남일기 08

 

 

 

고국에서의 생활을 생각 해본다.

 

 

 

짬방, 추위, 난로,,,,

 

보글보글 김치찌게 앞에 놓고

 

막걸리잔 휘휘 젓은 그 젓가락으로

 

찌게안의 김치 쪼가리를 ,,, 침이 나온다.

 

두부,파,마늘,고추장,김장김치,아지노모도,참기름,돼지고기,새우젓,,,,

 

 

 

막걸리집

 

기름탄 연기, 담배연기,,,,

 

빨간 연탄불 위의 돼지고기가 탄다.

 

무슨 말인지 갈피도 못잡겠다.

 

와글와글 시끌벅적,,,

 

앉아만 있어도 취하는 작은 주점.

 

 

 

월남일기 09

 

 

 

야자나무

 

일년내내 짓푸른 야자나무 그늘이다.

 

싱싱하고 짓푸른 배경에서 사는 어린아이들

 

역시 싱싱하고 푸르러야 하는데

 

전쟁에 질리고, 외국 군인들에게 둘러 쌓여,

 

천진한 모습들을 잃어 가는듯 싶다.

 

 

 

전쟁

 

월남전쟁은 이미 끝나 버렸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에는

 

너무나 만성적인 전쟁을 치룬듯 하다.

 

병도 급성보다는 만성이 치료가 어렵지 않은가..

 

 

 

야간 초소에 보초근무 올라왔다.

 

일렬횡대로 정렬된 전방의 외등을 주시한다.

 

적들의 침투?

 

내가 베트콩이라면 여긴 들어 오지 않을듯 하다.

 

남의 부대에 뭐하러 들어 오겠나?

 

그러다 보니 관심은 노랑 헤드라이트.

 

보초감시차량 불빛이 노랑색이다.

 

 

 

그 차가 뜨면 옆초소에서 신호가 칼같이 전달 된다.

 

 

 

응시,,,,눈은 응시를 하고 있지만

 

마음은 고향 하늘로 날라간다.

 

 

 

고향의 부모님, 형제들,,그리고 친구들

 

하늘과 땅사이보다

 

훨씬 멀리 있는 느낌이다.

 

 

 

외등에 비친 철조망이 그 거리를 더 넓힌다.

 

 

 

월남일기 10

 

 

 

한달후면 될까?

 

아담한 다방, 아늑한 구석자리 ,,,

 

그러나 입구가 보이는 자리.

 

 

 

남의 손목시계를 컨닝 해가면서

 

기대를 점 쳐 본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해진다.

 

 

 

문이 열릴때 마다 모든 신경이 쏠린다.

 

 

 

그런날이..........

 

귀국하면 오겠지.

 

 

 

월남일기 11

 

 

 

하루 하루 고국으로 가는 날이 가까워진다.

 

뭐 이러나 저러나 3년중에 하루인데

 

그래도,,,, 손가락 한번이라도 더 꼽아본다.

 

 

 

전선의 밤이다.

 

이미 막은 내렸지만,,,그래도 전장이다.

 

달은 휘황하게 비치지만 양철 같은 밤이다.

 

냉기가 돈다.

 

 

 

푹 파 묻혀서

 

오손도손 무언가 향수를 느낄만큼 밝은 달이지만

 

살짝 튕기면 꺙~ 하고 쇠소리를 낼것 같은 차거운 달이다.

 

 

 

저 달이 한번 더 저렇게 밝아질때면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 따뜻한 아랫목에 다리를 묻고서

 

월남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도 멀리서 크레인차가 화물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수를 위한 철야작업이다.

 

내가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이 이자리까지 와 있지만

 

일면 이렇게 더운 겨울을 보낼수 있다는 것에

 

대단한 다행스러움을 느껴 본다.

 

 

 

월남일기 12

 

 

 

2월초,,,,아직은 한겨울이다.

 

오늘은 바닷물에 몸을 담구었다. 진짜 행운 아닌가?

 

부대에서 멀리 보이던 그 바닷가에 동료들과 야유회.

 

비록 군대빤쓰 바람에 해수욕이지만 즐겁다.

 

사진도 찍었다.

 

 

 

"월남에 가 보았다" 하는 자랑꺼리를 남기기 위해

 

병사들은 많은 관심을 쏟고 또 만족을 한다.

 

죽을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 하지만

 

설마~~ 하는 불감증도 공존 한다.

 

 

 

죽은자들도 많다.

 

영과육의 갈림길,,,이란 말들도 있지만

 

사실 밀림속의 어디엔가 자기몸을 팽개쳐

 

영원히 자신을 잃어버린자들 ,,,, 억울한 인생들도 많다.

 

고향의 부모형제들이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아픈일인가?

 

 

 

군인의 신분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되지?

 

 

 

 

 

월남일기 13

 

 

 

이제는 휴전이 되었고

 

야간의 포성도 사라졌고

 

일단 표면적으로 전쟁은 가버렸다.

 

최소의 안전은 찾은것이다.

 

도박판이라면 땡은 아니더라도 갑오는 잡았다는거다.

 

 

 

긴장감이 작아지니

 

새삼 미래의 내가 크게 다가온다.

 

대통령? 백만장자? 에디슨? 나폴레옹? 페스탈로찌? 슈바이처?

 

무언가 구체적인 방향을 확립하고

 

실제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나이,,,,

 

 

 

그런데 현실은?

 

교대근무자가 왜 이렇게 늦나?

 

점호 없이 그냔 잠이나,,,

 

내일 교육훈련이 있는데 비나 왔으면,,,

 

밥 타먹으러 가기 귀찮은데 c레이션이나,,,

 

한심하고 불쌍한 소망들 뿐이다.

 

 

 

월남일기 14

 

 

 

요즘 부대의 대부분 장비들이 철수 혹은 반납 대기로 작업중이라

 

근무꺼리도( 난 교환대 근무) 없고,,, 그저 시간 때우기다.

 

군대에서 그렇다고 놀려주나?

 

부대원 전체가 외곽초소 보초근무를 하라는 지시,,

 

통상 2시간 근무인데, 교대절차도 귀찮고,,,중대본부에서 머리를 썼다.

 

3-4일에 한번씩 밤샘 근무,,

 

해가 뉘엇뉘엇 할때 당일 해당 사병 집합 근무초소에 배치.

 

새벽까지 말뚝 근무다. 당연 다음날은 하루 죙일 취침.

 

 

 

근무시간.

 

담배한대,,,담배는 있는데 성냥이 없다.

 

불을 붙여야 하는데,,,,

 

얼핏 초소에서 예광탄 으로 불을 붙일수 있다고 들은듯 하다.

 

초소의 실탄중 예광탄을 빼서 뒷꼭지를 때려보지만 안된다.

 

그럴수록 담배를 반드시 피워야 한다는 강박감은 커진다.

 

 

 

동녁이 슬슬 밝아 온다.

 

새벽이 온다.

 

멀리서 닭우는 소리가 난다.

 

월남닭이나 한국닭이나 우는 소리는 똑같다.

 

 

 

담배불 붙이기 재시도 여전히 실패,,,,,,

 

담배를 찢어 버리고,

 

가지고 온 주간지 두권을 새벽의 여명으로 읽는다.

 

하지만 새벽에 주간지는 재미가 없다.

 

 

 

좀이 쑤신다고 하나?

 

졸리지는 않은데, 잠을 자야 할것 같은 그런 증상.

 

밤샘근무후 아침에는,,,, 그런것을 느낀다.

 

 

 

월남일기 15

 

 

 

시인!!

 

'시' 라는것이 진정 자기의 소리 일까?

 

잡지책을 보다 보면 가끔은 월남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소질이 좀 있었으면,,,,,싶을때가 종종 있다.

 

 

 

철수가 다가오니 짐은 거의 고국으로 출발해 버렸고

 

초소에 나와본들 휴전된 전장에 심각한 경계의 필요성도 줄었고

 

할당받은 나의 시간을 채우기가 너무 힘들다.

 

 

 

이럴때 종이를 채워 나가면 좋으렸만,,,,,

 

학교때 흘려 보낸 그 작문시간이 후회스럽다.

 

 

 

고국에 갈날이 이제 8일밖에 안남았다.

 

간다고 뭐 좋은일도 없는데,

 

그저 땡기는 건 15일 가량 되는 포상휴가뿐,,,,

 

 

 

진정 바라는것은 내년 이맘때 쯤의 제대가 아닐까?

 

 

 

월남일기 16

 

 

 

초저녁 시간,,,날새기 초소근무에 나왔다.

 

철조망 건너편의 작은 마을, 애들노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밥 짓는 하얀연기가 골짜기를 타고 퍼지고 있는

 

고국의 시골풍경을 상상 한다.

 

딱 그만때다.

 

 

 

해는 서산에 지고, 붉은 저녁노을과 함께

 

약간 검푸른, 그리고 붉으레 한 구름이 퍼져 나간다.

 

 

 

어릴때 이런 시간들이 조금 지나면

 

아이들은 모여서 술레잡기등 놀이에 한참 시끄럽고

 

어른들은 노란부채를 들고 모여서

 

아이들 부산 떠는것보니 내일 비가 올것 같다며

 

나름 재미있는 화제로 이야기 꽃이 피고

 

아낙네들이나 나이가 좀 되는 누나들은 숯불 다리미를

 

딸각 거리며 치마 저고리를 다리고,,,

 

이런 여름밤이 생각 난다.

 

 

 

지금의 고국은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겠지.

 

그러면서 약간의 봄 냄새가 바람에 섞이겠지.

 

건조한 바람에 미니아가씨들 꺼칠해 지고

 

양지바른 학교 담벼락에는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은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학년말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월남의 마을에도 지금 아이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요란 스럽다.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을까?

 

전쟁터의 아이들이라서 장난감은 아무래도 화약인가 보다.

 

땅땅 터트리고, 튕기는 불꽃과 함께 천진한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흔든다.

 

 

 

달은 지금 동편에 아까보다는 훨씬 올라와 있고,

 

모양은 거의 완전한 원형,, 날짜를 따져보니 오늘이 보름이다.

 

정월 대보름 이다.

 

 

 

한참 전부터 깡통에 못으로 하나 하나 구멍을 뚫고

 

삐삐선 와이어로 줄을 메달고,

 

작은 나무토막을 준비하고,,,,,보름 준비를 한다.

 

 

 

낮에는 겨우네 놀던 연을 날려버리고

 

저녁 팥밥과 명태와 무우로 끓인 국을 먹고 들판에 나가 쥐불놀이

 

준비한 나무들을 다 태우고 나면 깡통을 힘차게 돌려 던져 버리고는

 

남의 논에서 짚단을 훔쳐 내어 냇가 둑에 모여 불을 사른다.

 

불과 함께 겨울의 잔해들을 보내 버리고

 

새로 다가오는 봄냄새를 느껴보던 보름 밤.

 

 

 

밝은 달,,,, 밝은 들길을 걷는 한쌍의 젊은이도 있겠지,,,부럽다.

 

고국에 가자. 나도 이번에는 무언가 즐거운 얘깃거리를 만들어 보자.

 

다음의 휘엉청 밝은 저달이 보일때,

 

난 집에 있겠지.

 

(계속)

월남일기2

http://blog.daum.net/kryoon/284

 

월남일기3

http://blog.daum.net/kryoon/285

 

 

 

월남일기 2

월남일기 17 내가 만약 입대를 안 했다면 16년 학창생활을 마감할 즈음인 듯 하다. 2월말. 지금 나의 동기들은 며칠 안남은 학위수여식을 기다리고 있겠지. 난 뭐냐? 무거운 철모, 후줄구래 작업복

blog.daum.net

 

 

 

 

'생각 > vietn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남  (0) 2021.01.14
월남일기 3 - 마무리  (0) 2016.12.11
월남일기 2  (0) 2016.12.08
낙엽을 태우면서  (0) 2014.05.16
월남가는 배 02  (0) 201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