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추억

첫 캠핑의 기억

풍면 2021. 1. 2. 17:52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이다.

4명이 의기 투합,  결심을 했다. 텐트 가지고 바다로 가자.

당시 환경으로 쉬운일은 아니다.

 

가진 것들은 부엌칼 하고 양재기 밖에 없다.

어찌 어찌 수소문 하니 동네 누군가가 군용 텐트 하나가 있는데

바닥이 없는 미군 2인용(?) A텐트, 빌렸다.

친구네 집의 광에 양은 솥이 아주 작은것이 있고,,

그러면 대충 기본도구는  것이다.

고추장과 쌀이 유일한 먹거리, 부식은 현지 해결하기로,,,,

 

출발일 친구네 집으로 각자 쌀자루 들고 집합.

친구 어머니가 쌀을 키로 까불러 자루에 다시 담아주신다.

도와 주시긴 하지만 마음에 내키지는 않으시는 표정이시다.

" 집에서 주는  먹지~ 할 줄도 모르는 놈들이 머허러 ,,,,,"

 

12-3km 거리의 바닷가,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솔밭이 좋았던 인근 해수욕장이다. 

요즘은 해류의 변화로 그 좋았던 모래들이 씻겨 나가 

엉뚱한 다른 장소에 조건이 좋은 모래가 쌓이고,

이곳은 거의 해수욕장 가치를 상실하여 유야무야 장소가 되 버렸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막대기에 새끼줄로  짐들을 같이 들고 이동

솔밭의 적당한 곳에 터를 잡는다. 

요즘 텐트 처럼 , ,,그런것이 아니고 폴대 세우고 끈내끼로 묶어서 나무에 고정 시키고, 

바닥은 줏어온 돗자리를 깔고 배수로도 잡아주고 하며 야영시설 완료.

제법 그럴듯 하다. 2인용 텐트지만 가로로 누우면 4명 가능한 크기.

 

밥을 하자.

  경험들이 전무한 까까머리들이 솥단지 걸고 불을 때서 밥을 한다.

이래 저래 의견충돌은 많았지만 밥과 고추장 찌게 등의 조리 실력과 

소나무 숲에서 줏어온 솔방울을 태우는 실력은 회를 거듭 할수록

괄목할 만큼 발전을 한다

 

밤이면 텐트 앞에 석유등 켜고 둘러 앉으면 정말 무드 있는 시간인데

휘끄무레 보이는 파도와 쏟아질 듯한 별들, 

멀리 보이던 작은 불빛은 고기잡이 배이었겠지.

아침이면 잔잔한 파도 소리가 잘삭잘삭, 

밤에 잘려고 누우면 바람소리 파도 소리가 철푸덕 철푸덕,

서해바다 파도소리는 시간대  따라 달랐던것 같다.

 

비가 오면 정말 귀찮아진다. 텐트에 빗물이 스며 들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 텐트 손보고 들어 오면 발에 묻은 모래 가루가 바닥에 버걱 대고,

밥을 하려고 불을 때기도 어려워지고, 그야말로 척척한 세상이 되어 버린다.

 

낮에는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썰물에 물이 밀려 나가면 바로  작은 섬에 진출해서 새우, 고동, 꼴뚜기, 작은 게,,

등을 잡아와서 찌게거리로 쓰고,  동네 담에  호박을 따오기도 하며

4-5일을 정말 즐겁게 지낸듯 하다.

 

가끔 당시의 순간순간들이  오른다. 

새카맣게  모습으로 집에 오던날은 

고생에서 해방된 듯한 홀가분함을 느끼기도 했던 듯 한데,

아마도 즐거움만 있었던 시간은 아니었던 듯 하다.

.

.

분위기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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